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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보잡의 어원과 숨겨진 진실

by 순이하우스 2025. 7. 11.

듣보잡의 진실

듣보잡이란?

KOREASTORAGE®️

 

「듣보잡」은 ‘듣도 보도 못한 잡것’의 줄임말로, 현재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인지도가 낮은 사람이나 대상을 낮춰 부를 때 사용하는 속어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댓글 문화에서 주로 쓰이며 상대를 하찮게 여기거나 무시하는 의도를 담고 있어 비하나 조롱의 어감이 강합니다. 공적 자리에서는 사용이 부적절한 표현입니다만 듣보잡에는 숨겨진 진실이 있습니다.

 

 

듣보잡의 어원과 진실

 

"지금부터 듣보잡의 탄생과정과 변천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듣보잡의 어원

듣보잡 폴더

1) 퍼스널 컴퓨터와 윈도우 98

윈도우 3.X와 윈도우 95를 거쳐 윈도우 98이 등장하면서 퍼스널 컴퓨터는 대중화되었고 서점에는 컴퓨터 입문서적과 각종 프로그램의 활용서들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전문가들이나 도스에서 사용했던 로터스 1,2,3(원투쓰리)가 윈도우 95,98에서는 엑셀로 진화하여 누구나 계산을 쉽게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당연히 인터넷 서핑 역시 활발한 나머지 개인 홈페이지의 전성시대를 맞이한 때가 그때 즈음이었습니다.

2) 잡동사니 폴더의 탄생

당시 필자를 비롯한 컴퓨터 초보자들이 신기해했던 것이 파일이나 폴더명을 사용자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컴퓨터라는 첨단 기기에, 스스로 만든 파일이나 폴더의 이름을 직접 본인이 지으니 마치 뭔가의 주인이 된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이렇게 폴더를 만들어, 파일을 분류하고 보관하던 중 여기에 둬야 하는지 저기에 둬야 하는지 헷갈리는 파일들이 존재하였습니다.

명확하게 폴더명을 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파일들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중 새로운 폴더를 하나 만들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잡동사니라는 폴더였습니다.

3) '잡동사니'에서 '듣보잡'으로

‘잡동사니’는 성질이 제각각인 여러 물건들이 뒤섞여 있는 상태나 그런 물건 자체를 뜻하는 순우리말로써 누군가 그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나름 공감이 가는 이름인지라 누구나, 애매한 폴더명은 잡동사니라는 이름을 스스럼없이 붙였습니다.

그런데 누구나 사용하던 잡동사니를 좀 더 특이하게 사용하고 싶어 한 사람이 잡동사니라는 이름을 듣보잡이라는 이름으로 변경하여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당시에는 긴말을 줄여 부르는 것이 유행이었고 인터넷에서 튀어 보이고 싶어 하는 심리가 강하던 시기였습니다.

4) 듣보잡의 등장 과정

잡동사니에서 듣보잡으로 진화한 계기는 인터넷 강좌 사이트였습니다. 당시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었던 개인 홈페이지는 주로 강좌 사이트가 많았습니다.

사이트의 스타일이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캡처하여 일정 부분만 크롭 하여 이미지로 삽입한 후 그에 대한 부연설명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컴퓨터 사용법이라든지 프로그램 사용법을 설명하던 중 윈도우 탐색기를 캡처하여 참고 이미지로 삽입을 하였는데 그 속에 '듣보잡'이라는 폴더가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처음 보는 폴더를 발견하고 '듣보잡'이 뭐냐고 물어보니까 강좌사이트 운영자는 '듣도 보도 못한 잡동사니'라고 알려주었습니다.

5) 듣보잡의 정확한 어원

잡동사니라는 폴더를 만들어, 구분하기 애매한 파일을 보관해 왔는데 이번에는 애매한 정도가 지나친 파일, 그러니까 야동이나 크랙과 같이 대중적이지 않은 색다른 파일들이 등장하자 잡동사니와는 별개로 분리 보관할 필요를 느껴서 만들게 된 것이 '듣보잡' 폴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 유행시키고 튀는 행동을 해야 남들에게 시크해 보이는 인상을 주던 시기라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는 이름으로 받아 들였습니다.

이렇게 듣도 보도 못한 잡동사니라는 '듣보잡'폴더가 탄생하게 되었고 이름 자체가 주는 특별함 때문에 사람들은 별생각 없이 잡동사니 또는 '듣보잡'이라는 용어를 거부감 없이 하나의 컴퓨터 문화로 인정하였습니다.

 

 

2. 듣보잡의 변천사

 

1) 오프라인으로의 진출

처음에는 폴더명으로 쓰이던 '듣보잡'이라는 이름은 어느 순간부터 사람에게도 적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주로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나서서 설칠 때 저 사람 뭐 하는 듣보잡이냐?라는 말로 변질되었고

  • TV에서 처음 보는 연예인이 갑자기 클로즈업될 때
  •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무명 유저가 과하게 나설 때
  • 대화중에 모르는 사람이 끼어들어 의견을 피력할 때

주로 사용하는 용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듣도 보도 못한 잡동사니'가 남을 무시하는 뉘앙스임에는 틀림없지만 아주 나쁜 말은 아니었기에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크게 문제를 삼지는 않았습니다.

2) 법정으로 간 듣보잡

그렇게 많은 세월이 흐른 2009년, 당시 동양대 겸임교수였던 진중권은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며 변희재를 향해 “함량미달의 듣보잡”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에 변희재는 듣보잡을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라며 모욕죄로 고소하였고 1심과 항소심에서 진중권은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법원은 “‘듣보잡’이라는 표현이 ‘듣도 보도 못한 잡것’을 뜻하고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모욕적 표현으로 인정했습니다. 이후 대법원에서도 이 판결이 확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는 모욕죄 조항이 합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3) 왜곡된 듣보잡

최근에 어느 예능프로에서 박명수가 '저기 웬 듣보잡이야?'라고 말을 하니까 옆에 있던 어떤 여자 연예인이 듣보잡은 나쁜 말이라며 '듣도 보도 못한 잡것'이라는 뜻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고 훈계하는 장면이 니옵니다. 박명수는 듣보잡이 아무 악의 없이 사용되던 시절의 사람이라 거부감 없이 이 말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잡동사니'라는 정확한 워딩은 모를지언정 이것이 지금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나쁜 말은 아니라고 인식했을 수 있습니다.

4) 명문화되어 버린 듣보잡의 신세

이러저러한 우여곡절 끝에 위키 낱말 사전에서는 듣보잡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으로 정의하며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고 한 온라인 어학사전에서는 “Someone who has never been heard of nor been seen”
즉, “‘듣지도 보지도 못한 사람(잡놈)’이라는 뜻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조차 훌리건 천국 카페에서 쓰이는 용어라며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라고 박아버려 비하 또는 조롱의 의미를 포함하는 표현으로 고착화시켜 버렸습니다.

3. 듣보잡의 불행한 운명

 

1) 당황스러운 해석

필자는 오히려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란 말을 그때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아니 ' 듣보잡을 듣도 보도 못한 잡동사니'가 아니라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라고 해석한다고?"

사실 당시 분쟁이 있을 때 처음 들어봤기 때문에 이걸 이렇게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쳐 버렸습니다.

그 시절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에 듣보잡은 '듣도 보도 못한 잡놈'으로 통용되었고 듣보잡을 사용한 사람이 잡놈이라는 뜻으로 사용했으면 듣는 사람도 잡놈으로 들었을 테니 논리적으로 맞을 수 있겠으나 당시 국어사전 어디에도 명시되어있지 않고 어떤 문헌에도 나와있지 않은 신조어를 여느 커뮤니티에서 사용했다는 이유로 오역하여 서로 싸우는 모습에 역으로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2) 세상 사람들의 인식

이제 루비콘강을 건너버린 ‘듣보잡’은 표준 국어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신조어이지만 네이버 등 국어·신조어 사전과 여러 온라인 사전에서 공통적으로 “듣도 보도 못한 잡것/잡놈”이라는 뜻으로 정의되며 실제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나 사물”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맥락에서 사용되므로 듣보잡 = ‘듣도 보도 못한 잡것/잡놈’ = 인지되지 않거나 무명인데 주제넘게 나서는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뜻으로 왜곡 정착된 비운의 용어로 남게 되었습니다.

3) 왜?

왜 사람들은 국어사전에도 없고 어떤 문헌에 나와있지도 않았던 듣보잡이라는 말을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라고 해석하였을까요. 그리고 대법원은 물론 헌법재판소까지 이 말을 무슨 근거로 잡놈이라고 인정했을까요. 커뮤니티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이기에 그렇게 받아들인 면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학과 풍자를 모욕적인 표현으로 억지로 해석하여, 사용해서는 안 되는 나쁜 말로 만들어 버린 결과 '듣도 보도 못한 잡동사니 폴더'가 '듣도 보도 못한 잡놈'폴더로 변해버린 현실에 씁쓸함을 느낌이 듭니다.

 

Key Summary

잊힌 언어의 진짜 얼굴

‘듣보잡’이라는 말은 이제 조롱과 비하의 언어로 굳어졌지만 그 시작은 유쾌하고 창의적인 디지털 문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정리되지 않는 파일을 임시로 담던 ‘잡동사니’ 폴더 그리고 그보다 더 애매한 파일을 위한 ‘듣보잡’ 폴더. 이 단어는 컴퓨터와 함께 성장한 세대의 유머였고 정리되지 않는 세상을 나름대로 정리하려는 창의의 산물이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자의적 해석과 법적 판단, 언어에 대한 집단적 왜곡은 듣보잡을 결국 '잡동사니'에서 '잡놈'으로 바꿔버렸습니다.
정확한 맥락이 지워진 채 고착된 이 단어는 디지털 문화가 남긴 언어 유산이 얼마나 쉽게 오용되고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입니다. 언어는 쓰는 사람만큼 듣는 사람의 몫이기도 합니다. 그 말을 처음 만든 사람들의 의도와 맥락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듣보잡'이라는 말을 대하는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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