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농막생활
1박2일TERRIFYING RURAL CABIN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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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농막
The story of a man who hates farming and his experience living in a h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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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호박꽃

호박 넝쿨
농사가 싫은 남자의 농막 체험기
공포의 농막 생활
오늘은 아침 일찍 일어나 농막에 다녀왔습니다. 집사람이 일이 많다며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물어보길래 싫다고 했다가 왠지 후환이 두렵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누워있다가 급 생각을 전환하여 부랴부랴 작업복을 입고 쫓아 나갔습니다.

밭에 도착해 보니 고추가 제법 자라 있었습니다. 보름 전쯤 고랑을 만든 후 비닐 멀칭을 했었고 며칠 전에 잡초 자라지 못하게 흰 천막을 위의 사진처럼 설치했었는데 식물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게 신기했습니다. ▲


오늘의 미션은 그 다지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콩하고 옥수수, 고추 등등 잔뜩 심어놓은 채소에 물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가장 쉽고 편한 일. ㅋㅋ 이 정도야 껌이죠^^ 오늘은 운이 좋은가 봅니다.▲

한쪽 밭에 물을 잔뜩 준 다음 고추 밭으로 이동하기 전에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밭에는 중간중간 철근이 꽂혀있는데 이 철근의 끝단부가 날카로워서 찔리거나 긁힐 수 있는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어서 생수병을 이렇게 꽂아 놓았습니다. ▲

농막 바로 앞에는 고추를 대부분 심어놓았습니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철근들이 많이 박혀있어서 대부분 생수병을 거꾸로 꽂아 놓은 모습입니다. ▲

고추꽃이 피었길래 예뻐서 사진을 찍었더니 이번 고추가 잘 안 되었다며 다른 사람들이 보면 욕한다고 집사람이 뭐라고 하더군요. 핀도 맞지 않아서 꽃이 잘 찍히지 않았습니다. ▲


벌써 고추가 열려 제법 자란 녀석들도 보였습니다. 이런 건 웃자란 것이라 자주 따줘야만 고추나무(?)가 잘 자라서 고추가 많이 열린다네요. 아무튼 신기했습니다. 벌써 이렇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고추가 자랐다는 것이.. ▲

물 주는 것이 힘들거나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고무 호수를 고랑마다 끌고 다니는 것이 좀 귀찮았다고나 할까요. 만약 전문적으로 농사를 지으려면 스프링 클러를 설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을 다 주고 밭의 끝에 있는 복숭아나무를 보았습니다. ▲



처음 밭을 정비할 때 조그마한 복숭아나무가 있길래 어디 둘 데도 마땅치 않아서 밭의 맨 끝에 의미 없이 심어놨는데 몇 년이 지나면서 저렇게 우뚝 자라 열매도 많이 맺고 있는 것이 우리하고 인연이 있는 복숭아나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매실과 사과도 달렸습니다. 나무마다 열매가 열리고 식물이 자라는 모습에서 자연의 섭리와 농부의 심경이 느껴지네요. 저는 매번 도대체 왜 농사를 짓냐고 따지듯 물어보면 집사람은 태연하게, 씨를 뿌리면 싹이 트고 물을 주면 쑥쑥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 경이롭고 재밌어서 농사를 안 지을 수 없다고 말하곤 하더군요.▲


왼쪽사진은 색상이 보라색인 것이 가지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겠고 밭의 가장자리에는 옥수수가 심어져 있었습니다. 옥수수가 열려 이것을 쪄먹으면 아주 맛있습니다. ▲


호박꽃도 노랗게 피었길래 접사로 찍는다는 것이 핀이 나갔습니다. 갤럭시 S-25 울트라를 사용한 지 얼마 안 되었고 일하면서 사진을 찍다 보니 초점이 나간 사진이 많네요ㅠㅠ ▲

물을 다 주고 나니 금방 오전 아홉 시가 다되어 배가 고팠습니다. ▲


집사람이 급하게 먹을 것을 준비하는 모습입니다. 예초기를 돌려 옷에 풀티가 많이 묻어있네요. ▲


농막에서 일하고 나면 무엇을 먹어도 맛있습니다. 너무 배가 고파서 눈 깜짝할 사이에 밥을 먹어치우는 바람에 사진을 못찍고 나중에 다 먹은 사진을 찍었습니다. 대신에 김치전 붙이는 모습을 찍었습니다. 농막은 모든 게 허술해도 용서가 되는 마법 같은 공간입니다. ▲






농막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았습니다. 저도 모르는 숫돌이 있고 생각보다 오래 사용하고 있는 수돗가, 그리고 장독들이 보였습니다. 장독옆에 화분들이 있고요. 컨테이너 측면엔 바베큐통이 있었습니다. 농막에 처음 왔을 때에는 가끔 숯불구이도 해 먹었는데 갈수록 귀찮아져 지금은 차라리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습니다. 로망은 로망일 뿐이란 걸 전원생활 좀 해보면 금방 깨닫게 됩니다. 오른쪽 아래의 사진은 주변의 전원주택을 줌으로 당겨서 찍어봤습니다. 갤럭시 울트라의 카메라를 테스트해 볼 요량으로 찍어본 것입니다. ▲

농막으로 사용하는 컨테이너 측면에는 작은 창고가 있습니다. 이 창고는 고추 건조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가을에 고추를 수확하여 건조한 후 고춧가루로 만들게 됩니다. 농막은 이러한 농업 설비를 구비해야만 농업용 전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고추건조기가 보이고 건설회사에서 사용하던 안전장구류도 이곳으로 다 와있네요^^ 현장 끝나면 짐 둘 곳이 없어서 대부분 농막으로 다 가져다 놓습니다. 삽이나 괭이 갈고리 같은 농사용 기구도 있고 요즘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호미도 있네요. ▲


이런 돔형 텐트도 설치되어 있고 안에는 잡동사니들이 잔뜩 쌓여있습니다. 한때는 캠핑하는 느낌으로 고기도 구워 먹고 휴식도 취하는 공간이었는데 점점 창고가 되어버렸습니다. ▲

그물망 위에 빨래집게가 꽂혀있어 사진을 한 장 찍어보았습니다. 갤럭시 울트라의 접사가 잘 찍히네요. 이런 샷을 피사계심도가 낮다고 표현합니다. 피사계 심도가 깊을수록 팬 포커스 즉, 멀리 있는 사물이 선명하게 보이고 피사계 심도가 낮을수록 가까운 피사체는 선명하게, 먼 배경은 흐린 아웃 포커스로 촬영됩니다. ▲

아까 집사람이 사용했던 예초기입니다. 농막에 이런것이 있었는지 처음 봅니다. 보통 산소에 금초 할 때 예초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늘 와서 보니까 농사짓는데도 예초기를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왼쪽 사진은 예초기 전체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은 예초기용 안면 보호 커버입니다. 예초기의 날이 부러지거나 돌등이 튀어서 얼굴을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보호 커버를 착용해야 합니다. ▲

식사를 마친 후 약간의 여유시간을 가진 후 이번에는 위쪽 밭에 잔뜩 피어있는 국화과의 지칭개를 제거하는 미션입니다. 물론 예초기는 집사람이 돌리고 저는 퇴비를 나르는 작업을 맡기로 하였습니다. ▲


천하 여장군이 예초기로 지칭개를 베어나가면 저는 따라가며 퇴비를 날라 중간중간 배치하였습니다. 예초기 돌리는 모습이 힘겨워보여 도와주고는 싶었으나 안 해봤다며 그냥 퇴비나 나르라고 해서 쉬엄쉬엄 음악 들으며 임무를 수행하였습니다. ▲

이렇게 오늘 오전 내내 밭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 샤워하고 그동안 찍은 사진을 정리하였습니다. 새로 만들어본 브이로그용 블로그 탬플릿을 사용하여 포스팅을 작성해 볼 예정입니다. ▲


다음날은 새벽부터 살해의 협박을 받고 공포에 몸서리치며 또다시 끌려나갔습니다. 이번에는 어저께 배열해 놓은 계분 퇴비를 밭에 뿌리는 작업이었습니다. 로터리 치기 전에 퇴비를 뿌려두면 흙과 잘 섞여 농사가 잘 된다고 하더군요. ▲

퇴비 뿌리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 한 시간도 안되어 끝내고 곧바로 잡초 보양에 나섰습니다. 농사는 정말이지 잡초와의 전쟁이라 하더군요. 멀칭 되지 않은 고랑은 이미 풀들이 점령하여 어찌할 수 없는 지경이라 폐 현수막으로 덮어버렸습니다. ▲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모종판에 들깨씨를 심는 작업이었습니다. 앉아서 하는 일이라 힘은 안 들었지만 반복적인 단순노동이라 엄청나게 지루했습니다. 이놈의 농사일이란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습니다. ▲




초보 농군의 치명적인 실수 2가지
KOREASTORAGE®️1. 순환 골재(재생 골재)


시골에 와서 처음으로 밭을 만들고 농막용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이런 산중에는 고라니가 많이 나온다고 하여 그물망으로 담장도 만들어보았습니다. 뭐든지 처음 하는 거라 어떤 게 맞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 사람 저 사람 조언을 받기도 하였지만 무심코 생각 없이 실행했던 두 가지 실수에 대해서 말해볼까 합니다.
첫 번째는 컨테이너를 놓기 전에 골재를 깔아야 하는데 골재 그까짓 거 아무거나 깔면 되지 뭐! 하고 싸다는 이유로 순환골재를 깔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지역에 따라 치명적인 실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요. 순환골재는 재생골재로써 오염물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비가 오면 토양을 오염시킬 수 있어 민원의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내용이었습니다. ▲
2. 촘촘한 그물망 휀스


그리고 또 하나는 위의 좌측 그림처럼 고라니 방지용 그물망 휀스의 그물 간격이 너무 좁아 날아다니는 곤충 특히, 벌이 걸려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믈이 촘촘하여 가격도 비싸요. 튼튼하기도 하고 장점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벌이 걸려서 못 빠져나가니 속상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곳은 오른쪽 그물처럼 간격이 넓은 그물을 사용하였더니 곤충들이 잘 빠져나가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사소한 주의사항을 몰라서 나중에 곤혹을 치르는 초보농군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지금까지 생명의 위험을 느껴가며 장장 2일 동안 마지못해 밭에 끌려가 중 노동에 시달리다 간신히 살아서 귀환하여 장황하게 생존보고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 이 농사를 지어서 돈이 펑펑 벌리거나 의식주가 완전히 해결된다면야 힘들어도 왜 못하겠냐마는 돈도 안되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 걸 왜 하는지 지금도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물론 식물의 성장에 대한 보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일이 많고 힘든 게 농사일이에요. 농사는 많으나 적으나 일은 똑같습니다. 예를 들면 아파트 열개동을 짓나 2개 동을 짓나 하는 일은 똑같거든요.
제가 어쩌다 가끔 밭에 와서 일을 거들다 보면 저의 집사람은 전생에 장군이었음이 분명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힘든일을 어떻게 하지? 풀리지 않는 의문의 답은 그것밖에 없다는 게 저의 결론입니다. 농사일의 강도가 건축 노동일과 비교해도 결코 힘이 덜 들다 할 수 없을 정도거든요. 더 이상한 건 저희 농막 주변에는 80대 할아버지, 정년퇴임자 등등 다수의 사람들이 이 농사를 즐긴다는 거거든요. 제가 잘못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는 농사짓는 게 싫습니다. 제가 더 나이를 먹어서 완전히 은퇴하더라도 농사만은 짓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힘들게 살면서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단지 두려운 것이 있다면 집사람이 저를 가만두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고 이런 예감은 한 번도 틀려본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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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shot of the day
농막에 가서 밭일한 이야기를 나름 재미있게 구성해 보았습니다. 재미를 위해 말을 좀 과장되게 표현하였으니 오해 없으시길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